법인 대표님들 사이에서 경영인 정기보험은 오랫동안 ‘절세 상품’, ‘퇴직금 대안’, ‘상속세 대비 수단’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왔습니다. 특히 보험료 전액이 비용 처리된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실제 세무 현장에서 이 보험이 과연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영인 정기보험의 구조와 세무 처리 방식, 그리고 대표님들이 놓치기 쉬운 핵심 리스크를 차분하게 짚어보며, 왜 이 상품이 ‘이득이 되기 어려운 구조’인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경영인 정기보험, 왜 이렇게 많이 권유될까?
보험은 본래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사망, 질병, 사고처럼 개인이나 조직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일정한 금전적 보장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보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인 정기보험은 이러한 본질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세, 퇴직금 마련, 상속세 재원 확보 등 ‘재무 전략 상품’처럼 포장되어 법인 대표님들께 접근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경영인 정기보험의 기본 구조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계약자는 법인, 피보험자는 대표이사나 임원, 그리고 보험금 수령자 역시 법인입니다. 이 구조를 충족하면 납입 보험료 전액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어차피 낼 세금인데 보험료로 돌려 절세하자”는 설명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비용 처리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보험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보험료가 비용으로 인정되는 과정과, 나중에 해지하거나 보험금이 발생했을 때의 세무 처리를 함께 보지 않으면 전체 그림을 놓치게 됩니다.
비용 처리는 사실이지만, 절세는 아닙니다
경영인 정기보험의 가장 큰 오해는 ‘비용 처리 = 절세’라는 인식입니다. 분명히 계약 요건을 충족하면 납입 보험료는 법인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됩니다. 이로 인해 해당 연도의 과세표준이 낮아지고, 그 결과 법인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절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해지 시점입니다. 이 보험은 적립식 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가입 초기에는 해지 환급금이 거의 없지만, 5년에서 10년 사이 특정 시점에 환급금이 증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환급금은 회계상 ‘보험 수익’으로 전액 인식됩니다. 즉, 과거에 비용 처리로 줄였던 세금과는 별도로, 환급금 전체에 대해 다시 법인세가 부과됩니다.
단기 순이익이 크지 않은 법인의 경우, 초기에 줄어든 세금보다 해지 시점에 한꺼번에 발생하는 법인세가 더 커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절세는커녕 세금을 미뤄두었다가 더 불리한 시점에 납부하는 결과가 됩니다. 결국 이는 절세가 아니라 단순한 과세 이연일 뿐이며, 환급률이 100%를 넘지 못한다면 원금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퇴직금 저축으로 적합할까? 현실은 다릅니다
경영인 정기보험이 퇴직금 저축용으로 권유되는 이유는 10년 전후 시점에 비교적 큰 환급금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면 “이 시점에 해지해서 대표이사 퇴직금으로 쓰면 된다”는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이 역시 세무와 재무를 함께 고려하면 한계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보험은 원금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중도 해지 시 손해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많은 법인들이 자금 사정이나 사업 환경 변화로 5년 이내에 해지합니다. 이 경우 환급금은 거의 없거나, 납입한 보험료 대비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퇴직금은 대표이사의 노후를 책임지는 중요한 자금인데, 이를 손실 가능성이 있는 구조에 맡기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선택입니다.
반면 퇴직연금(DB, DC, IRP)은 법인 비용 처리와 동시에 원금 보장이 가능하며, 제도적으로 퇴직금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굳이 보험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상속세 재원 마련, 법인 보험이 정말 답일까?
대표이사 사망 시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망보험금의 현금 유동성은 분명 장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보험금의 수령 주체가 법인이라는 점입니다. 보험금이 법인으로 들어오면 그 자체로 법인세 이슈가 발생하고, 이후 이 자금을 유가족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세금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퇴직금 지급, 배당, 법인 청산 등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꺼내더라도 소득세나 추가 법인세 부담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한 자금이 오히려 또 다른 세금 문제를 만들어내는 셈입니다. 반대로 개인 명의 사망보험은 보험금이 바로 유가족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구조가 훨씬 단순합니다.
결론: 보험은 보험답게 접근해야 합니다
경영인 정기보험은 구조적으로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를 절세 수단이나 퇴직금 대안으로 과도하게 기대하는 순간, 판단은 왜곡되기 쉽습니다. 실제 세무 현장에서는 이 보험으로 실질적인 절세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가 훨씬 많고, 중도 해지로 인한 원금 손해를 경험한 법인도 적지 않습니다.
보험은 보장을 위한 도구입니다. 사망 보장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접근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절세나 자산 증식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반드시 한 번 더 구조를 점검해 보셔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가 아니라, 우리 법인의 재무 상황과 목적에 정말 맞는 선택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