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의 위기는 단순한 개인 실패의 문제가 아니다. 치열한 경쟁, 고정비 부담, 과잉 공급, 플랫폼 수수료 구조, 부동산 임대료 상승 등 복합적인 경제 요인이 맞물리며 자영업 생태계는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 본문에서는 한국 자영업의 구조적 한계, 제도적 미비점, 그리고 장기적 해결을 위한 정책적 접근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사라지는 골목 상권, 위기의 자영업
자영업은 오랫동안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왔다. 도심의 식당, 편의점, 미용실, 카페, 학원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바로 그 주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자영업자 폐업률이 급증하고 있고, 생존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5년 생존율은 30% 미만이며, 신생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1~2년 내 폐업에 이른다. 그 원인은 단지 ‘장사 수완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영업 시장의 위기는 거시경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상가 임대료 상승, 플랫폼 수수료의 지속적 확대, 공급 과잉 등 다양한 경제적 요인이 결합되어 자영업자는 점차 ‘소모품’처럼 소진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고용 시장의 유연성이 낮고, 실업 상태에서 창업을 선택하는 비자발적 자영업 진입자가 많아 구조적으로 취약한 자영업 생태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처럼 자영업 붕괴는 단순히 개별 업장의 실패가 아니라, 고용 안전망 부족과 경기 구조, 제도적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회적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자영업 위기의 원인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우리가 왜 자영업의 몰락을 단순한 ‘시장정리’로만 봐서는 안 되는지를 조명해보려 한다.
자영업 위기의 구조적 원인과 경제학적 분석
자영업 위기의 핵심 원인은 첫째, **과잉 진입과 수요 정체**의 불균형이다. 한국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으며, 창업 장벽이 낮은 반면 실패 비용은 높다. 특히 고령층이나 중·장년층 퇴직 후 창업이 많아, 비전문적 진입이 빈번하다. 그 결과 특정 업종(예: 커피숍, 음식점 등)에 과잉 공급이 발생하고, 시장은 과도한 경쟁으로 가격 인하와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에 빠진다. 둘째, **고정비 구조의 경직성**이다. 자영업자는 매출이 줄어도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은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임대료는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권리금’이라는 한국 특유의 구조는 상가 안정성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비용 압박은 매출 부진 시 곧바로 생존 위기로 이어진다. 셋째, **플랫폼 의존과 수수료 구조**의 문제다. 배달앱, 오픈마켓 등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높은 수수료, 광고비 지출, 자체 마케팅 경쟁을 유도하여 자영업자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켰다. ‘자영업 플랫폼화’는 기존 자율 경영 모델을 플랫폼 종속 구조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가격 결정권 상실과 지속적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넷째, **자영업에 대한 정책적 보호 미비**도 크다. 사회안전망은 취약하고, 창업 지원은 초기 진입을 장려하는 데 집중되어 있으며, 장기적 경영 안정과 퇴로 설계에 대한 정책은 부족하다. 자영업자가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구조는 미비하고, 폐업은 곧 경제적 몰락으로 직결되기 쉽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지 경기 상황의 일시적 악화로 설명되기보다는, 구조적 불균형과 정책적 공백에서 기인한 경제 시스템의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자영업 생태계를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자영업의 위기를 단지 시장 경쟁의 결과로 치부하기엔, 그 피해의 폭과 깊이가 너무 크다. 이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정책, 제도, 소비자 인식까지 함께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자영업 진입 구조의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는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창업 전 교육, 상권 분석, 사업성 검토를 강화하고, 정부 차원의 리스크 가이던스가 필요하다. 둘째, **고정비 부담 완화 정책이 시급하다.** 임대료 상한제, 권리금 투명화, 상가임대차 보호법 강화 등은 상시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배달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규제와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자율 규약 도입도 필요하다. 셋째, **플랫폼 종속을 넘어선 디지털 자립 전략**이 중요하다. 자영업자들이 독립된 온라인 판매 채널을 구축하거나,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반 마케팅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넷째, **실패 후 재기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폐업 지원금, 전직 지원, 직업 교육 등을 통해 실패를 끝이 아닌 전환점으로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영업을 소비자 관점에서도 재조명해야 한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이 아닌, 지역 경제를 살리는 구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소비가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자영업은 단지 ‘작은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의 최전선에서 소비자와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공간이며,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된 중요한 경제의 한 축이다. 붕괴를 막기 위한 노력은 단지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위한 사회 전체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